의왕,과천 국회의원 송호창
   
작성일 : 14-10-14 15:35
140515_[칼럼] 2014년 사라진 현대국가, 부활한 시민들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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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쓰기 힘든 단어가 있다. 아이들이 떠올라 ‘세월호’란 단어는 사용하기 꺼려진다. 아직도 암흑 속에 갇힌 아이들과 가족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그 어떠한 말이나 글도 사치로 느껴진다. 

이 형언할 수 없는 사태의 원인은 개인부터 정부시스템 그리고 신자유주의까지 다양하게 진단된다. 명확한 것은 300여명의 아이들이 배 안에 있음에도 완전히 침몰할 때까지 손쓰지 못했던 정부의 철저한 무능력이다. 그 급박한 순간에 보여준 우리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은 분노와 허탈만을 가져왔다. 

매일 밝혀지는 사실들은 대한민국 국정이 어떻게 붕괴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실무진은 구조보다 의전에 신경쓰고, 조직의 장들은 팩트조차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지휘체계는 무너졌다. 국무총리가 사퇴의사를 밝히고, 국가안전처 신설이라는 처방을 내놨지만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위기순간의 대응능력도 허술였지만 피해자 지원도 말문이 막힐 정도이다. 가족들은 한참을 사생활도 보호받지 못한 채 찬 체육관 바닥에 있어야 했다. 그것도 사고현장과 한참 먼 곳에. 

‘만기친람’이라며 칭송받던 박근혜 대통령은 어떠했나. 박 대통령은 세월호 책임을 방관자적 입장으로 일관하다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유가족들은 길바닥에 주저앉아 진상규명과 책임을 묻기 위해 대통령에게 눈물로 호소해야만 했다. 

이러한 정부의 무능과 달리 우리 시민들이 보여준 모습은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은 제일 먼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했다. 전국 곳곳을 가득 메운 노란리본과 촛불은 시민들이 서로를 다독이는 치유의 물결이다. 

정부가 진도에 정보담당 경찰들을 대거 배치해 동향파악에 치중할 때 수만 명의 시민들은 같은 공간에서 진심어린 자원봉사를 했다. 유가족의 슬픔을 싣고 800km를 달리는 안산의 ‘천사택시’, 묵묵히 팽목항에서 식사준비와 빨래를 하는 손길들은 평범한 시민들이 만든 기적이다. 시민들은 정부가 방치한 피해자들에게 따뜻한 국 한 그릇을 건네고, 함께 눈물을 흘려주었다.
 
시민들은 지휘체계도 없지만 정부보다 더 일사불란하고 시의적절하게 이번 참사에 대응하고 있다. 누군가는 피해자들의 손발이 되고, 누군가는 구조방법을 제안하고, 누군가는 진상규명을 하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을 더 능숙하게 해내고 있는 것이다. 

필자 역시 국회의원으로서 부끄럽지만 시민들은 정부를 견제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국회의 역할까지 대신하고 있다. 시민들은 자체적으로 사이트를 만들어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구체적인 해답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국회가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가치관의 차이를 넘어 국가의 최우선 가치는 국민의 생명보호이다. 가장 정교화된 현대국가는 가장 필요한 순간에 먹통이었다. 반면 시민들은 사라진 국가를 대신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한달을 맞아 정부는 시민들에게 배우고 또 배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