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과천 국회의원 송호창
   
작성일 : 14-10-14 15:41
140918_[칼럼] 뇌출혈 소년에게 일어난 기적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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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10대 소년이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거리에 홀로 나서게 된다. 고교를 자퇴하고 타지로 간 소년은 낮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다. 밤엔 전기도 가스도 끊긴 단칸방에서 담배로 허기와 외로움을 달래며 하루를 보냈다. 편의점에서 일하다 쓰러진 소년은 뇌출혈 판정을 받고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게 됐다. 7시간의 대수술 후 의사는 우측 뇌가 크게 손상된 소년의 하반신 마비와 언어장애를 우려했다.  

“엄마라고 단 한마디만 불러줘”라고 소년의 엄마는 간절히 기도했고 수술 후 열흘이 지나 기적이 찾아왔다. 소년이 “엄마”라고 부른 것이다. 고비는 넘겼지만 현실은 무거웠다. 가족은 여전히 흩어졌고, 병원비의 숫자는 커져만 갔다.  

지난 추석, 뇌출혈로 온전치 못한 소년의 집에 찾아갔다. 소년은 느리지만 “수술 후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어서 제일 당황스러웠다”며 재치있게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제가 이 병을 이겨내고 정상으로 돌아오는 거, 그것이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희망이라고 생각해요”라며 또박또박 말했다. 소년이 절망을 딛고 주위에 희망을 전하게 된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동력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제 갓 성인이 된 누나들은 소년을 보듬기 위해 사회생활에 뛰어들었다. 소년의 어머니는 다시 가족이 한 곳에 모일 수 있도록 백방으로 뛰었다.  

소년에게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들은 같은 동네에서 자라며 학교와 교회를 같이 다녔다. 소년은 동네를 떠난 후에도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그 친구들의 생일을 챙길 만큼 정이 많았다. 소년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교회에 알려 도움을 청하고 수술실 앞을 함께 지켰다. 수술을 마친 의사 앞에 달려간 친구들은 의사의 단어 하나 하나를 새기며 바싹 마른 입술을 깨물었다. 그들은 고3이었다.  

국가와 제도가 소년에게 멀리 떨어져있던 사이 공동체는 손을 내밀었다. 소년과 친구들이 자란 지역의 교회는 소년의 사연이 담긴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또래 학생들은 정성스레 만든 장신구로 바자회를 열고, 작은 음악회를 통한 모금으로 현실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다.  

다큐멘터리라면 희망이 담긴 음악회로 끝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추가수술과 재활치료 등 높은 벽이 길게 이어져있다.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지역공동체가 작은 디딤돌 역할을 했지만 소년이 평범한 삶의 길로 가려면 더 크고 단단한 디딤돌이 필요하다.  

소년에게 나타난 공동체의 기적은 국가의 부재를 의미한다. 국가의 부재가 들려준 가슴시린 사연들은 너무 많다. 2010년 한 일용직 아버지는 장애아들의 수급권을 위해 자살을 선택했다. 2011년 공중화장실에서 생활하는 3남매 사건은 복지사각지대의 실태를 알렸다. 그러나 3남매 사건은 불과 몇 달 전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송파 세모녀 사건으로 다시 나타났다. 

이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는 평범한 이웃들이었다. 우리 국민들의 대다수는 언제 그 이웃과 같은 상황에 놓일지 모른다. 그저 아프지 않고, 실직하지 않고 하루를 무사히 넘김에 감사하는 것이 우리 국민의 삶이다. 기적이 일상이 되도록,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복지제도를 확대하고 손에 잡히도록 해야 한다. 복지는 국가의 은혜가 아닌 의무이며, 국민으로서 요구해야 할 권리이기 때문이다.